짧은 시간 안에 책장에서 떨어져 쓰레기더미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순간 내 심장이 털컹 내려앉은 것 같아. 마냥 그 물건이 아닌 내 심장을 떨어트린 것 처럼. 아마, 이 물건을 잃으면 너도 잃는다, 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라서 일까. 웃기지. 넌 예전에 잃었는데 말야.
더러운 쓰레기통 안에 망설이지도 않고 손을 넣어 뒤졌어. 작아서 그런지, 꽤 오래 찾고 있었지. 그러는 동안 왠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더라. 뭐가 그립다고.
시간이 많이 지났지, 어떻게 보면. 내가 어려서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참 오랫동안 너만 바라봤었던 것 같아. 네가 내게 준 사소한 하나하나의 것들이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져. 이젠 그런 일 없을 거라고, 널 볼 일 없을 거라고, 만약에 봐도 그냥 지나쳐 갈거라고. 나 자신을 설득 시키려고 온갖 말을 다 되새긴다. 한심하지. 나도 알아.
그때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. 다시 만나면 또 언젠간 헤어 지겠지. 한번 떨어진 것도 이렇게 지치는데 그걸 또 다시 견딜 용기 같은거, 난 없어.
기억으로도 충분해. 네가 있었다는 흔적만으로도 좋아. 네가 존재했다는 것 만으로도 족해.
그렇게 생각해. 그렇게 생각 해야돼.